<마루 밑 아리에티>는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2010년 7월 17일에 개봉한 애니메이션으로 감독을 맡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와 총괄 기획과 각본을 책임졌던 미야자키 하야오와의 환상적인 합작품입니다. 영국의 동화 작가 메리노튼이 1952년 출간한 어린이 판타지 소설 The Borrowers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The Borrowers는 영국 주택의 벽과 바닥에서 은밀하게 살아남기 위해 큰 사람들로부터 의식주 모든 것을 빌리는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이후 1999년 미국에서 바로워즈라는 영화로 개봉되어 엄청난 흥행을 이루기도 합니다. 지브리 <마루 밑 아리에티>의 처음 타이틀은 작은 아리에티였다가 지금의 제목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빌리는 사람들
제목처럼 소인 아리에티는 일본의 어느 시골집 마루 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 시골집의 음식과 물건들을 조금씩 가져와 생계를 이어갑니다. 너무 조금이라서 가져가도 티도 안날 정도입니다. 예를 들면 각설탕 한 개, 티슈 한 장. 인간이 버린 물건을 재활용해서 쓰기도 하고요. 소인들은 이것들은 빌린다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이 빌리러 가는 여정이 꽤 위험하고 목숨을 거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들보다 몸집이 훨씬 큰 생명체들이 도사리고 있고 인간에게 들키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14살이 된 아리에티는 아빠를 따라 첫 빌려가기를 도전합니다. 한편, 이 시골집에는 쇼우라는 소년이 살고 있습니다. 쇼우는 심장병 환자로 엄마가 어린 시절을 보낸 외갓집에 와서 요양하며 심장병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쇼우는 말로만 들어왔던 소인을 보게 됩니다. 쇼우에게 존재를 들킨 아리에티는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고 가족은 그동안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았던 이 집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쇼우는 이들을 쫓아낼 생각도 없고 오히려 도와주고 싶어 하는데 말이죠. 서로의 진심을 알면 좋은 텐데.. 그럼 서로 배려하며 도와가며 함께 살 수 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야기는 계속 전개됩니다. 쇼우는 소인들에게 호의적이지만 역시나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하루 아줌마는 이 집의 가정부로 소인들을 도둑놈이라고 부르고 그들이 물건을 훔쳐가는데 불만을 품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소인들은 긴 역사동안 큰 피해를 입어왔고 그래서 인간들에게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찌 됐건 인간의 눈을 피해 숨어 사는 것이 이들에겐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 인간들도 이 세상에 맨몸으로 태어나 빌리는 삶을 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빌려 살다가 내 것은 없기에 다시 맨몸으로 돌아가니 말입니다.
삶의 의지와 희망
부모님이 이혼하고 병약한 쇼우는 희망 없이 우울하게 지내다가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아리에티를 보고 희망을 갖게 됩니다. 아리에티가 아빠를 따라 첫 빌려가기 도전을 하러 가는 날 고심 끝에 빨간색 옷을 입고 나가는데 그 날 쇼우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쇼우는 심장병을 앓고 있고 아리에티의 붉은색 원피스는 심장을 의미합니다. 또 쇼우와 이별하는 장면에서도 아리에티는 붉은색 옷을 입고 있는데 이는 서로의 마음에 계속 존재할 것임을 상징합니다. 쇼우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아리에티 가족은 멸종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그것들이 언제 들어닥칠 지 모른 채 하루하루 살아갔지만 이제 아리에티는 새로운 삶의 터전에 대한 희망이 생겼고 쇼우는 성공적인 수술로 인한 새로운 삶의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쇼우는 아리에티에게 말합니다. "아리에티, 너는 나에게 심장의 일부분과 같은 존재야. 잊지 않아... 영원히..."
아날로그 감성과 아기자기함
사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역대 지브리 영화 중에서도 그렇게 큰 사랑을 받지 못했던 비운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특유의 역동적인 스텀펑크 액션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쾌감을 좋아하던 팬들에게 굉장히 많은 아쉬움을 주었다고.. 지루하다, 액션이 없어 심심하다 라는 반응들도 많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의 팬이 될 것입니다. 아리에티의 집안의 소품들은 감탄을 자아냈는데 정말 기발하고 아기자기합니다. 쇼우의 할아버지가 옛날에 소인들을 위해 준비했다고 한 인형의 집도 너무 정교하고 아름답습니다. OST 음악과 가사도 잔잔하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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