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9일에 개봉했고 J 블레이크슨이 감독을, 로자먼드 파이크가 주연을 맡았다. 로자먼드 파이크를 처음 봤던 영화는 아주 오래전 <오만과 편견>이었는데 블론드 헤어에 상대적으로 짙은 눈썹, 그리고 살짝 낮은 목소리톤의 영국 발음이 꽤 인상적이었다. 오만과 편견에서 베넷 가문의 아름다운 장녀 제인으로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나왔는데 <퍼펙트 케어>에서는 노인들을 등쳐먹는 사기꾼 악역으로 등장해 매우 신선하고 놀라웠다. 매력적인 악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그녀는 퍼펙트케어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I Care a Lot
영화의 원제는 'I Care a Lot'이다. 영화에서 말라가 '케어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원제가 'I Care a Lot'이라는 것을 알고 제목이 너무 찰떡이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녀가 오로지 케어하는 것은 노인들의 건강과 복지가 아니라 그들의 돈이었다. 말라의 직업은 프로 후견인이다. 그녀는 은퇴한 노인의 건강과 재산을 관리해 주는 척하면서 돈은 많은데 돌봐줄 가족이 없거나 소외된 노인들의 재산을 빼돌린다. 어떻게 하나면, 부패한 의사들과 한 팀이 되어 사기를 벌인다. 의사들이 타깃인 노인에게 스스로 돌보지 못한다고 진단을 내리면 법원에서 말라를 법적 보호자로 위임하고 노인을 요양원에 보낸 후 그들의 재산을 경매로 넘겨 수익을 얻는데 이는 모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자식이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을 반대하는 등 분쟁과 걸림돌이 있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말라는 은퇴한 노인들을 케어하는 게 자신의 일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며 대부분 승소한다. 후견인 제도.. 정말 이렇게 허점이 많은 것일까. 이런 일들이 실제로 가능하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 역시 돈이 많아도 건강이 안 좋으면 아무 소용없다. 육체와 정신이 건강해야 평생 일궈온 자산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정신이 멀쩡할 때 상속, 증여 등의 계획을 세워야 하겠다.
정점일 때 찾아온 허망함
말라는 타깃을 물색하던 중 사람을 잘못 건드려서 러시아 마피아와 엮이게 되고.. 죽을 고비를 넘기고 험난한 과정 끝에 그녀는 엄청난 부자가 되고 유명한 인물이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해결되고 인생의 정점에 온 것 같았던 그때, 모든 것이 퍼펙트했던 그때, 영화 초반에 나와 후반에서는 잊고 있었던 어떤 인물에게 총에 맞아 죽게 된다. 말라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 당한 것이다. 그렇게 두려움 없는 사자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바퀴벌레처럼 달려온 그녀는 방심하던 사이 허망하게 가버린다. 이래서 인생을 살면서 적을 둬서는 안 된다. 언제 어떻게 내 앞에 나타날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누군가라도 말라의 악행을 멈춰주어서 다행이다.
실버 칼라 크라임(Silver Collar Crimes)
<퍼펙트케어>는 실제 선진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범죄행위인 실버 칼라 크라임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실버 칼라 크라임이란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가족이 없는 외로운 노인을 먹잇감으로 삼아 그들의 재산을 약탈하는 범죄행위를 말한다. 바로 '노인 사냥꾼', '노인약탈자'들이다. 실버 칼라 크라임은 고령사회에 접어든 이 시대에 종종 발생하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작년 11월에 <그것이 알고 싶다>의 '약탈인간 2부-노인사냥꾼'편에서는 어떤 수백억 자산가 할머니의 요양보호사가 판단력이 흐려진 할머니를 속여 입양이 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주로 '요양보호사'를 자처하는 이들이다. 고령화 사회에 요양보호사는 꼭 필요한 직업이고 선한 마음으로 직업에 임하는 분들도 많을 텐데 요양보호사라는 탈을 쓰고 돈 많은 노인들에게 일부러 접근해 약탈하는 나쁜 사람들 때문에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의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 봐 우려가 된다. 한국에서도 실버 칼라 크라임이 급증하고 있지만 합법적 접근을 가장한 범행이라 제대로 인지하지조차 못하거나, 수사기관에서도 남의 가정사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구조 변화에 맞춰 반드시 사회적으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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