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카테고리 / / 2023. 2. 3. 10:24

디즈니 영화 <엔칸토:마법의 세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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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에 개봉한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60번째 작품이다. 다양한 라틴풍의 음악들이 영화를 다채롭게 꾸며주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며 린 마누엘 미란다가 OST 노래를 작사, 작곡을 맡았다. 'We don't talk about Bruno'라는 OST는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빌보드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평범함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이 능력이 되다

주인공 미라벨은 마법과 활력이 넘치는 집, 엔칸토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의 가족 마드리갈 패밀리는 엔칸토의 마법 덕분에 저마다 고유의 특별한 능력들을 지니고 있는데 그중 미라벨은 유일하게 능력이 없다. 능력이 없다 보니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은근 무시당하고 중요한 일에서 배제당하기도 한다. 이웃들로부터는 동정과 위로를 받는다. 더군다나 그 특별한 능력은 자신의 노력과 관계없이 선천적으로 또는 우연히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미라벨의 마음에는 의문과 상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라벨은 구김살 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날, 엔칸토를 지탱하고 유지하는 마법의 힘이 위험에 처하자 미라벨은 제일 처음으로 이를 알아차리고 유일하게 평범한 자신이 오히려 이 가족의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비범한 능력을 가진 가족들 사이에서 주눅 들었던 평범한 소녀는 내면의 힘을 발휘해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해 가고 견고했던 세대 간 갈등을 좁히고 화해에 이르게 한다. 주눅들기만 하고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우울감에만 빠져있거나 엔칸토를 떠났다면 이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미라벨은 가족들을 사랑하고 꿋꿋하게 가족들 곁에 있고자 한다. 엔칸토의 정신적 지주인 할머니 알마 마드리갈은 미라벨을 말을 들어주지 않지만 미라벨은 스스로를 믿어주고 문제를 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자존감이 높고 두려움이 없는 모습.. 부럽고 사랑스러웠다.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뿌리인 가족도 끝까지 사랑하고 그래서 떠나지 않고 뭐라고 도움이 되려고 했던 것 아닐까. 비범한 능력은 없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믿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능력이 되었다. 어떤 화려한 마법보다도 가장 큰 능력말이다. 고린도전서 13장이 떠올랐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않으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하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누구나 상처는 있는 법

미라벨에게는 두 언니가 있다. 큰 덩치와 엄청난 힘을 가진 첫째 언니 루이사는 마을의 모든 사람을 도와야 하고 그 어떠한 위험도 자신이 막아야 한다는 기대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자신의 힘이 점점 약해지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아름답고 완벽한 외무를 지닌 둘째 언니 이사벨라는 설령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한다 해도 같은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 잡혀서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데에 자유롭지 못하고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든다고 토로한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처럼 영광과 화려함 뒤에는 어두운 면도 있는 것이다. 미라벨과 두 언니의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매우 유사하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여기지는 사람들은 불안감과 완벽증에 시달리고, 능력이 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실패자라는 자괴감과 굴욕감에 시달린다. 우리는 서로를 부러워할 수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TV에 나오는 화려한 연예인들을 부러워하고 연예인들은 악플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행동이 자유로운 그저 평범한 삶을 동경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모든 삶에는 장단점이 있다. 그리고 모든 평범한 존재도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 특별함만 우대받는 세상에 엔칸토의 마드리갈 가족이 전해주는 메시지인 것 같다. 실패해서는 안되고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 좋은 것이라는 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이 영화가 충분한 위로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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